어설픈 관심사

모성으로부터의 도피처가 된 글쓰기

어설픈 공부 2021. 11. 8. 12:19
경향신문, 21.11.06.토, <책과 삶> 중. -유경선 기자

 

「글 쓰는 딸들」. 소피 카르캥 지음, 임미경 옮김. 창비.

 

 마르그리트 뒤라스, 시몬 드 보부아르,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는 글 쓰는 딸들이었다. 이들에게는 모두 뒤틀린 사랑을 주는 어머니가 있었다. 세 작가는 질식할 것 같은 모성으로부터의 도피처로 글쓰기를 선택했다. 

 뒤라스의 어머니 마리 도다니외는 불규칙한 사랑을 주었다. 마흔이 가까워 낳은 늦둥이 외동딸이었다. 어머니는 늘 불안하고 신경쇠약적이었다. 뒤라스의 아버지가 먼저 세상을 떠난 뒤 도나디외는 딸을 위로하지 못했고 도리어 딸에게 위로를 구했다. 뒤라스를 구타하는 첫째 아들 피에르를 눈감아주기도 했다. 뒤라스는 딸을 먹이기 위해 생니를 뽑기까지 하는 <레 미제라블>속 팡틴의 이야기에 못 박혔다. 

 보부아르의 어머니 프랑수아즈는 딸을 통제하려는 욕구가 강했다. 세살반 밖에 안 된 나이부터 책을 읽기 시작한 딸의 영재성 앞에서도 기뻐하기보다는 예상치 못한 변수를 대하듯 반응했다. 통제욕은 딸들이 고등학생이 되도록 이어졌고, 딸들의 편지를 검열하기도 했다. 감시의 눈길은 보부아르와 장 폴 사르트르의 연애 현장까지 미친다. 

 뒤라스와 보부아르의 어머니가 불안정한 사랑과 통제욕으로 딸들에게 영향을 줬다면, 콜레트의 어머니는 사랑을 퍼부으며 딸을 압도했다. 하지만 이는 소유하려는 사랑에 가까웠다. 딸의 머리를 다른 사람이 빗겨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했고, 딸의 시시콜콜한 것들까지 알고 싶어 했다. 

 세 작가의 글쓰기는 어머니들과 화해할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저자는 이들 어머니의 일그러진 면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심리학 이론을 끌고 와 어머니들을 이해하려는 시도도 함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