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어그램은 성격 유형?
인터넷 검색창에 '에니어그램'을 입력하면 유형테스트, 유형별 특징 등의 내용들이 첫 화면에 주로 올라온다.
언제쯤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주 오래 전, 우연히 에니어그램을 처음 접했을 때 나 또한 그것이 사람들의 성격을 아홉 유형으로 나눠 살펴 보는 단순한 성격테스트의 한 종류인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연말연초 재미삼아 토정비결을 보듯 인터넷에 떠도는 에니어그램 유형테스트를 한 번 해보고는 그 후로 에니어그램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다 다시 에니어그램을 접하게 된 건 정말 우연한 기회였다.
올해 초까지 알코올치료 전문병원에서 중독상담사로 근무하였다. 그 때 개방병동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 중 '에니어그램'에 참석할 기회가 종종 있었다. 여기서 설명을 조금 덧붙이자면, 내가 일하던 병원은 크게 관리병동과 개방병동 그리고 재활병동으로 나뉘어 있었다. 관리병동은 다시 (젊은) 남성병동, (남성) 노인병동, 여성병동으로 세분된다.
보통 알코올중독자들은 입원 초기, '내가 왜 중독자냐, 그저 남들보다 술을 좀 더 좋아할 뿐.'이라며 자신의 중독을 강하게 부정한다.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것이 치료를 방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걸 알기까지 대체로 시간이 좀 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자신의 중독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받아들이지 않으려 버티는 사람들이 또한 부지기수다. 다행히 자신의 중독을 인정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환자들의 경우 관리병동에서 개방병동으로 옮겨 가 중독자로서 회복의 삶을 실천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중독자와 에니어그램? 처음에는 의아했으나 진행자인 상담부장님의 보조 역할을 가끔씩 수행하면서 어깨 너머로 귀동냥을 하는 동안 이전까지 내가 가졌던 에니어그램에 대한 선입견은 완전히 무너지게 되었다.
(이하 <에니어그램의 지혜>에서 발췌하여 재구성함)
에니어그램의 성격 유형을 알고 귀중한 통찰력을 얻게 된다 하더라도 에니어그램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말해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성격 유형은 그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 어떤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많은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삶의 주된 동기가 무엇인지, 사람들에게 어떻게 반응하는지, 스트레스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와 같은 많은 중요한 사실을 이야기해 준다. 성격 유형을 아는 것은 우리에게 이러한 중요한 정보들을 제공하지만 이것이 에니어그램의 진정한 목적은 아니다.
에니어그램은 우리가 어떻게 자신의 근본적인 성격 안에 묶여 있는지 볼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우리 자신의 진정한 자기의 깊은 신비로움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에니어그램을 통한 내면 작업은 성격 유형에서 나오는 자동적인 반응을 멈추게 한다. 자신의 성격 유형에서 나오는 자동적인 반응을 잘 살펴 볼 때 우리는 그것들에 덜 매이고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우리의 습관, 반응, 내면의 목소리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발견한 가장 놀라운 일 중 하나는 내면의 목소리의 많은 부분이 부모로부터 왔다는 것이다. 자신의 태도나 행동을 잘 살펴보면 부모의 심리적 문제 중 많은 부분이 우리에게로 이어져 내려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의 부모 역시 많은 문제를 그 부모로부터 전해 받았다. 따라서 우리의 의식을 성장시키는 일은 자신의 고통을 구원할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부정적인 패턴이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것을 막는다. 자신의 문제를 극복하고 자유로워지지 않는다면 우리의 문제를 자녀들에게 전해 줄 것이다. 그래서 과거의 습관으로부터 풀려나는 것은 영웅적인 행동이 될 수 있다.
영적인 스승들은 이 지구의 의식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의 에고를 변화시키는 과정을 더 빠르게 진행시킬 수 있는 성장의 도구로 에니어그램이 쓰일 수 있다. 우리의 관점이 변화하고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새로운 이해를 획득한다면 변화가 일어난다.
그러나 진정한 자신이 누군가라는 깨달음은 항상 '오직 지금'에 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에니어그램의 지혜인 것이다.